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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기술법적 드로잉의 토템들

이준원 작가는 무너진 환상의 좌절을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현대회화의 다양한 기법들을 화면에 표상함으로써 추상회화가 지닌 절대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형태가 갖는 재현의 진실성을 탐색하는 진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특유의 자동기술법(automatism) 드로잉으로 반추상적 형상을 구축하며 작가의 에너지와 무의식이 타자화된 일종의 토템들을 만들어냅니다. 이 토템들은 삶의 섭리와 뒤엉켜 살아가는 작가 본인과 그림을 보는 이에게 대항, 저항적 에너지를 주면서도 결국은 섭리에 순응하는 인간적인 가련함과 처연미 또한 내포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은 물론 ‘보여주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는 듯 합니다. 작품의 구조나 형태는 물론 상징적 은유, 추상화와 암시, 주체와 개별자, 기능적 관점의 역설 등 관념적이고 입체적인 분석단위들을 설정하고 각 단위 간의 조합되는 유기적 관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전시환경도 공간과 작품의 관계 속에서 고찰함으로써 기존의 평면적이고 선형적인 해석을 넘어서, ‘공간을 해석하고 적극적인 상징과 은유로 능동적인 가치를 전면화 시키고 있습니다.

이준원작가의 작업은 모더니즘회화의 가치를 현대적 문맥상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회화적 형상이 여전히 고유의 정신적 가치를 함의할 수 있다는 확신 하에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매개하는 이야기이자 회화적 실험의 중심에 놓여있는 토템이라고 읽혀집니다. 선과 면의 대위(對位)를 조형요소로 생동적인 화면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준원의 작업은 색채 본연의 강렬한 순수성과 형태가 지닌 시인성을 조화시킴으로써 현대회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강렬하게 부각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